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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아르헨티나에서 네덜란드 공주 '빅사이즈' 논란

아르헨티나에 가면 <카라스>라는 대중잡지가 있습니다. 연예계 소식이나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주로 다루지만 종종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특종보도로 관심을 끌기도 하죠. 

 

그래서 종이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아직도 잡지는 아르헨티나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에 큰 사고를 치는 바람에 된통 욕을 먹고 있습니다. 

 

화근이 된 건 표지에 실은 네덜란드 왕비와 장녀의 사진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제목이 문제였습니다. 

 

<카라스>의 최신호 표지입니다. 사진 왼쪽이 네덜란드 왕비 막시마, 오른쪽은 네덜란드 왕위승계 1순위인 큰공주 아말리아(16)입니다. 모녀가 다정히 손을 잡고 뒤를 돌아보고 있네요. 

 

아! 여기에서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르헨티나 잡지에 왜 네덜란드 왕비 사진이?"라고 말이죠. 

 

막시마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랍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선 가장 자랑스러운 동시대 아르헨티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 리오넬 메시, 막시마 왕비, 이렇게 3명을 꼽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잡지가 사진에 단 제목이었습니다. 

 

잡지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큼지막한 빨간 고딕체로 "막시마 왕비의 장녀가 자신 있게 자신의 '플러스 사이즈' 외모를 보여줬다"는 제목을 표지사진에 달았습니다.  

 

'플러스 사이즈'는 ‘빅 사이즈’를 뜻하는데요. 막시마의 장녀가 뚱뚱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 표현엔 아예 따옴표까지 달아놨습니다. 이게 잡지의 구독자들, 특히 여성 구독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것입니다. 

 

잡지는 엄청나게 욕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 여성 네티즌은 "여성의 신체사이즈를 잡지표지에 공개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하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은  "사진을 보니 막시마 딸은 절대 플러스 사이즈까지는 아니다. 혹 플러스 사이즈라고 해도 그의 신체 사이즈가 중요한 사안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네요. 

 

막시마에겐 딸만 셋인데요. 장녀인 공주 아말리아가 어릴 때부터 약간 통통한 편인 건 맞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말리아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런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아말리아를 소개하면서 사진과 기사에 플러스 사이즈(빅사이즈) 운운한 건 잡지의 실수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잡지 카라스의 구독자였다는 아르헨티나의 한 여성은 "이번 기회에 잡지를 끊겠다"고 선언하면서 "제목이 악의적이고 차별적"이라고 했는데요. "결국은 괴롭힘을 부추기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잡지는 부끄러운 줄 알고 당장 막시마의 장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잡지가 아말리아에게 플러스 사이즈 폭력을 가했다"고 정말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직까지 잡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군요... 이럴 때도 침묵이 금이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네덜란드 왕비가 된 막시마의 결혼스토리는 마치 한편의 동화와 같습니다. 막시마는 유학 중 파티에서 지금의 네덜란드 국왕 빌럼 알렉산더르를 만나 결혼에 골인, 왕비가 됐는데요. 현실판 신데렐라 같기도 하네요. 

 

막시마에게도 이번 표지 사건이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