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늘어나는 우물

베네수엘라에서 우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합니다. 

 

집을 사거나 월세로 얻으려는 사람들이 부동산중개소를 찾으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우물 있나요?"라는데요. 

 

아파트까지 우물을 파고 있다고 하니 <우물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물 파기가 한창인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공사현장입니다.>

장기간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죠. 

 

전기, 가스, 심지어 수돗물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국민들의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안드레스베요 가톨릭대학이 실시한 '생활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베네수엘라에서 매일 수돗물이 나오는 가정은 전체의 2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전체 가정의 74%는 매일 수돗물이 끊긴다는 뜻이 되죠. 

 

잠깐 수돗물이 끊긴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거의 매일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겠죠. 

 

베네수엘라에선 1주일에 단 하루만 수돗물이 나오는 가정이 수두룩하고요, 몇 개월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도관이 바짝 말라버린 가정도 엄청나게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우물을 파기 시작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우물은 그야말로 <사치품>입니다. 

 

우물을 파기 위해선 우선 땅이 적당한지 예비검사를 해야 하고, 물이 나오면 수질검사도 해야 하는데요. 지역에 따라 깊게는 100m 이상 땅을 파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물을 파서 물이 나오면 이젠 수도관에 연결해야 하는데요. 이런 작업을 다하는 데는 최소 1만5000달러, 최고 2만5000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적게는 약 1790만원, 많게는 3000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는 거죠. 

 

최저임금이 월 3.71달러(약 4440원)에 불과한 베네수엘라에서 서민들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거액입니다.

 

그렇다 보니 카라카스에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은 그래도 베네수엘라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고소득층들이라고 하네요. 

 

지하수 컨설팅회사 지오크래프의 엔지니어 넬슨 로하스는 "예전엔 주로 농촌 주민들이 우물을 팠지만 최근엔 고소득층 사이에서 우물을 파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하네요. 

 

우물을 파면 일단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우물이 있는 집은 매매도 잘 된다고 하네요. 

 

카라카스의 부동산중개업자 클라우디아 라미레스는 "우물이 있으면 매매도 더 잘되고, 월세로 내놓아도 거래가 훨씬 빨리 이뤄진다"고 했습니다. 

 

재밌는(ㅜㅜ) 건 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까지 우물 파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인데요. 우물 완비 아파트라....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현실입니다.

 

카라카스 서부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지난해 9개월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결국 주민들이 돈을 모아) 우물을 팠다"면서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지만 이젠 물 걱정을 하지 않아 정말 투자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남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