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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볼리비아 "2020년도 망쳤다" 학사일종 종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결국 볼리비아가 두 손을 들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멈출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교육 부문에선 항복을 했네요. 

 

남미의 8월은 짧은 겨울방학(보통 7월)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2학기 수업이 진행되는 시기인데요. 볼리비아는 2020년도 학사일정을 7월 31일로 종료한다고 2일 밝혔습니다. 

 

2020년도 학기는 이제 끝. 학생들에겐 이제 긴 방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볼리비아 임시정부의 대통령실장관 예르코 누녜스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도 학사일정 종료를 공식 발표했는데요. (대통령실장관? 명칭이 이상한데 번역하면 이게 맞긴 맞습니다. 자연스럽게 의역하자면 정무장관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학교가기 싫어하는 일부 학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랍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볼리비아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거든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현장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하는 국가가 많아졌죠. 볼리비아도 그런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이제는 생활의 필수가 된 고속인터넷이 볼리비아엔 아직 100% 보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볼리비아 도시에선 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농촌으로 가면 고속인터넷이 깔려 있지 않은 마을이 수두룩하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온라인 수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터넷이 없으니 볼리비아 지방에선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교육계 일각에서 "온라인 수업을 폐지하고 현장수업으로 복귀하자"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교사들은 코로나19 위험을 모를까요? 아닐 겁니다. 인터넷이 없어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너무 가엾어서 나온 말이 분명할 거예요. 

 

인터넷망이 깔려 있어도 비용을 걱정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다수 남미 국가에서 고속인터넷 요금은 상당히 비싼 편이죠.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해 고속인터넷을 설치했지만 매달 요금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있을 수밖에 없답니다. 

 

볼리비아의 몇몇 교원단체들이 온라인 수업을 폐지하고 현장 수업으로 돌아가자고 한 데는 이런 가정형편을 고려한 부분도 있다고 하네요. 

 

볼리비아 정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심하다 결국 내린 결정이 2020년도 학사일정 종료입니다.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사일정을 2020년도 7월로 마감하고 당장 8월부터는 온라인 수업을 포함해 모든 수업을 중단하도록 했는데요. 

 

일요일인 2일 회견을 열고 이런 사실을 공식 발표한 걸 보면 볼리비아 정부가 얼마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는지 짐작이 가네요. 

 

누녜스 장관은 "현장수업을 재개하면 학생들의 생명과 건강에 너무 큰 위험이 된다"고 했는데요. 학생과 교사, (학생과 교사의) 가족들의 생명과 건강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는 것 같네요. 수업과 생명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럼 볼리비아에서 진급이나 진학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볼리비아 정부는 모든 학생이 내년에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거나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은 사실상 1년을 까먹고 그냥 학년만 올라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네요. 

  

볼리비아는 다른 중남미국가에 비하면 코로나19 인명피해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2일까지 확진자 7만8793명, 사망자 3064명이 나왔어요.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볼리비아 보건부는 자국에서 8월 말이나 9월 초에 코로나19가 절정이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데요. 최근에 확진자 증가가 빨라지고 있는 걸 보면 예사롭지 않은 전망입니다. 

 

부디 볼리비아가 코로나19와 잘 싸워 이겨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