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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세계최대최고~

멕시코 최초 성소수자 프로축구단

멕시코 최초의 성소수자(LGBT) 프로축구단이 출범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멕시코 프로축구 3부 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른 <묵세스 스포츠클럽>의 이야기인데요. 

 

묵세스 클럽은 남자축구단뿐 아니라 이제 곧 여자축구단까지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프로축구단답게 구단의 명칭과 연고지에도 깊은 뜻(?)이 있습니다. 

 

<묵세스>라는 먼저 이름을 살펴보면요. 묵세스는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 있는 한 공동체의 지명인데요. 여기엔 남녀 외에 제3의 성이 있다는 신념이 뿌리 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제3의 성적정체성을 가진 것뿐이랍니다"라고 주장하는 성소수자들에겐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지명이죠. 

 

하지만 묵세스 클럽의 연고지는 오악사카 묵세스가 아니라 멕시코의 연방수도인 멕시코시티입니다. 

 

멕시코시티를 연고지로 삼은 데도 나름 이유가 있어요. 멕시코시티는 멕시코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곳입니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지명을 갖고 멕시코시티를 연고 삼아 성소수자들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구단 명칭과 연고지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묵세스 클럽은 남자 축구단을 출범시키면서 4대 가치를 내걸었습니다. 존중과 평화, 평등, 포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축구를 하겠다는 건데요. 

 

뭐...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4대 가치 자체는 나쁜 게 없습니다. (하긴 표방하는 가치를 내걸면서 나쁜 걸 넣었을 리가 없겠죠? ㅎㅎ)

 

하지만 성소수자 축구단이라고 해서 선수들이 모두 성소수자인 건 아닙니다. 

 

묵세스 클럽의 초대 회장인 로드리고 세르반테스에 따르면 남자 프로축구단의 선수 중 게이는 10%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는군요. 

 

클럽도 선수자격으로 성적정체성을 내걸지는 않았습니다. 클럽은 "성소수자만 구단의 선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비록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클럽의 4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성소수자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묵세스 클럽이 남자 프로축구단을 출범시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성소수자(주로 게이들이었죠)들이 입단을 위해 테스트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력 미달로 미끄러졌다네요. 비록 성소수자 축구단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성소수자라는 성적정체성이 아니라 축구실력이었던 것입니다. 

 

3부 리그에서 데뷔한 묵세스 클럽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내 멕시코 프로축구 2부 리그로 올라가고, 적어도 10년, 길게는 15년 안에 1부 리그로 승격한다는 야무진 꿈인데요. 

 

세르반테스는 "좋은 성적을 내 훌륭한 게이 축구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준다면 성소수자들이 얼마든지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멕시코의 성소수자는 약 3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성소자들이 일치단결해 축구단을 밀어준다면 묵세스 클럽을 적어도 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게다가 앞으로 여자축구단까지 출범시켜 프로축구리그에 데뷔시킬 예정이라고 하니 묵세스 클럽은 더욱 사회적 관심을 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