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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세계최대최고~

여자축구선수 데뷔 꿈 이룬 트랜스젠더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쌍벽을 이루는 남미축구의 대국이죠. 아르헨티나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여자프로축구선수가 탄생했습니다. 

 

7일 데뷔전을 치른 마라 고메스(23)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물론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트랜스젠더 축구선수들도 있겠지만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1부 리그에서 뛰게 된 트랜스젠더는 고메스가 최초입니다.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1부 리그는 최근 2020~2021 시즌이 개막됐습니다. 

 

지난달 30일 1주차 경기를 치렀고, 7일엔 2주차 경기일정이 진행됐는데요. 여자프로축구팀 <비야 산 카를로스> 소속인 고메스는 바로 2주차 경기에서 공식 데뷔했습니다.

 

상대는 <라누스>라는 여자클럽이었는데요. 고메스는 등번호 7번을 달고 선발 출장해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하지만 고메스는 특별히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어요. 

 

고메스의 팀 <비야 산 카를로스>는 <라누스>에 1대7로 크게 깨지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축구계와 언론의 이목은 대패한 <비야 산 카를로스>에 쏠렸습니다. 이 경기가 아르헨티나 여자축구 1부 리그 1호 트랜스젠더의 데뷔전이었기 때문이죠. 

 

데뷔전을 마친 고메스는 "이제야 꿈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고메스가 데뷔전을 치르기까지는 숱한 역경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살짝 해볼까요? 

 

고메스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에 선수등록을 신청한 건 지난 3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등록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내에서 고메스의 자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여자로서 2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원래 남자로 태어난 선수인데 여자리그에서 뛰게 해도 되는 거야?" 이런 반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입니다. 

 

논란은 장장 9개월간 지속됐는데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결국 지난달 28일 고메스의 선수등록을 허용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근거로 삼은 건 2012년에 제정된 아르헨티나 연방법이었습니다. 

 

2012년 제정된 성적정체성에 대한 아르헨티나 연방법에는 개인이 스스로 느끼는 성적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물론 이런 성적정체성으로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죠.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분명한 법적 근거를 갖고 고메스의 선수 등록을 허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답니다. 시즌이 개막할 때마다 시즌 초와 중간에 남성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었어요. 

 

고메스가 트랜스젠더인 만큼 다른 여자선수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뛰게 된다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죠. 

 

고메스는 이런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여 약정서에 서명을 했다고 합니다. 

 

고메스는 "협회가 정기적으로 테스토스테론(남성 성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단 건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는데요. 

 

전혀 기분 나쁜 일도 아니고, 오히려 공정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지 않고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고메스는 "트랜스젠더가 여자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된 건 개인의 영광 뿐 아니라 사회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성소수자 사회가 또 하나의 큰 진전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