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파라과이에서 사상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가 탄생했습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의 삶을 선택한 킴벌리 아얄라(29)의 이야기인데요. 그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보다 5년이나 늦게 변호사가 됐습니다.
대체 무슨 사연이었을까요?
아얄라는 5년 전 파라과이 델에스테 국립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재원입니다.
파라과이에선 법대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합니다. 졸업 후 바로 선서를 하고 전문인으로 등록하면 바로 개업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얄라는 선서를 하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외모와 법적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어요.
아얄라의 본명은 <페르난도 아얄라>입니다. 아들로 태어난 그에게 부모님이 선물한 이름이죠.
문제는 이름이 남성형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페인어 이름에는 성별의 구분이 명확합니다.
<페르난도>라는 이름은 전형적인 남성형 이름으로 여자들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원한다고 해도 여자아이에게 남자이름을 주고 출생신고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후천적으로 여자의 삶을 선택한 아얄라는 <킴벌리>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법적 성별은 남자입니다. 이름도 본명인 <페르난도>를 유지하고 있다네요.
그런데 법대 졸업 후 변호사 선서를 하려고 보니 신분증과 졸업장의 성별(남자이름)과 외모(여자)가 완전히 반대였던 것입니다.
파라과이 사법부는 그에게 선서를 불허했죠. 이래서 시작된 투쟁이 장장 5년간 이어진 것입니다.
그는 사법부에 2번이나 선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을 냈지만 거부당했는데요.
파라과이 행정부 산하 인권위원회, 국제사면위원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언론에 자신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 여론전을 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세 번째로 청원을 내기 위해 다시 대법원을 찾았는데요. 대법원장이 과거와 달리 그의 면담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론이 부담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네요)
그러더니 대법원장은 아얄라에게 당일로 변호사 선서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세 번째 청원을 내러 갔다가 정말 얼떨결에 선서를 하고 정식으로 변호사가 된 것이죠.
아얄라는 "대법원이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 같다"면서 "이제 1차 꿈을 이뤘으니 2차 꿈인 판사가 되기 위해 달려가겠다"고 했는데요.
그 집념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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