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남미세상/▶ 세계최대최고~

FIFA 팬 어워드 수상자는 40대 브라질 실업자

세계축구연맹(FIFA)이 매년 최고의 축구 팬을 선정해 주는 상이 있습니다.  팬 어워드라는 것인데요. 

 

브라질의 40대 실업자가 2020년 팬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상을 받은 남자를 굳이 실업자라고 설명한 건 그를 비하하려는 게 절대 아니라 그가 상을 받게 된 게 따지고 보면 실업자 신세였기 때문입니다. 

 

FIFA의 팬 어워드를 수상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진 속 남자가 바로 그 주인공 마리발도 프란치스코 다 시우바(47)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두 다리와 건강, 의지를 주셨으니 앞으로도 걷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상을 받았으니 열심히 걷겠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요? 

 

다 시우바는 브라질의 프로축구단 <스포츠 헤시피>의 열렬한 팬입니다. 헤시피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클럽이죠. 

 

헤시피는 다 시우바가 살고 있는 폼포스에서 약 64km 떨어져 있는데요. 

 

홈구장에서 열리는 <스포츠 헤시피>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가려면 차비가 필요하겠죠? 왕복 차비는 약 62헤알, 우리 돈으로 약 7000원 정도 든다고 해요. 

 

그런데 실업자인 다 시우바에게 이건 적지 않은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시우바가 시작한 게 <경기장까지 걸어가기>였습니다. 64km를 걷는 동안 도시를 3개가 경유하는 대장정인데 이걸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단 1경기도 빼놓지 않고 개근을 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워낙 먼 길이다 보니 그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새벽에 집을 나선다고 합니다. 

 

걷고 또 걸어서 경기장에 도착하면 경기를 관전하면서 목이 터져라 <스포츠 헤시피>를 응원하는데요. 응원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진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그날 경기장 주변에서 노숙을 한답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다시 집으로 출발한대요. 

 

축구와 <스포츠 헤시피>에 대한 그의 사랑은 브라질 언론에 소개됐는데요. 

 

이게 계기가 되면서 다 시우바는 FIFA가 선정한 2020년 팬 어워드 수상자가 된 것입니다. 

 

다 시우바는 "축구를 보기 위해 64Kkm를 걷는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인터뷰를 한 것뿐인데 뜻밖의 상까지 받게 됐다"고 기뻐했어요. 

 

FIFA는 브라질 시간으로 17일 비대면 수상식을 열었는데요. 수상자 후보에 오른 다 시우바는 <스포츠 헤시피>의 초청을 받고 <스포츠 헤시피> 클럽에서 수상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에피소드가 숨어 있습니다. 정장 차림을 해야 했는데 그는 이런 FIFA의 지침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군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됐지만 돈이 없어 발을 구르는 그에게 <스포츠 헤시피>는 경기장 주변에서 정장을 사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수상식에 결국 상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더군다나 브라질로선 2년 연속 팬 어워드 수상자를 배출했으니 더욱 경사였죠. 

 

2019년 FIFA 팬 어워드 수상자도 브라질의 한 여성이었거든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인 아들을 데리고 매주 축구경기장을 찾는 브라질 엄마가 2019년 수상자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