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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코로나19와 멕시코 해골상

사람들이 우매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런 신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멕시코에서 <죽음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죽음의 신에게 보호를 부탁하고 있다는데요. 죽음의 신이 과연 죽음으로부터 안전하게 그들을 지켜줄까요? 

 

코로나19로 성지가 되고 있는 곳은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멀지 않은 투티틀란이라는 곳입니다. 

 

투티틀란에는 죽음의 신 입상(서 있는 모양의 상)이 들어서 있는데요. 그 높이만 22m에 달한다고 하니 웅장한 모습인 건 분명합니다.  

 

우뚝 서서 양팔을 쭉 펴고 있는 게 마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친근한 예수상과 달리 죽음의 신의 모습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합니다. 

 

일단 얼굴은 해골이고요, 양쪽으로 뻗어 있는 팔의 끝을 보면 손도 뼈다귀입니다. 해부실에 있어야 할 해골이 두루마기 같은 걸 걸치고 길에 나와 서 있는 듯하네요. 

 

아무튼 기분 나쁜 형상임에 분명합니다. 

 

죽음의 신 입상에선 매달 1일 의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파가 몰려드는 것도 매달 첫날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날짜를 가리지 않고 죽음의 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유는 하나..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시옵소서"라고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라고 해요. 

 

코로나19 봉쇄로 장장 3개월간 꼼짝하지 못하다가 최근 죽음의 신을 찾았다는 미용사 수리 살라스(34)도 그 중 1명이었는데요. 

 

트랜스젠더인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특히 힘들지만 지금까지 보호해준 죽음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지켜달라고 기도를 드리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살라스는 "죽음의 신이 항상 함께하며 지켜주는 우리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네요. 

 

집에도 높이 2m짜리 해골상을 모셔놓고 있다는 한 남자는 "다급한데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면서 "안전부터 경제까지 구할 게 너무 많고, 닥치는 대로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도만 드리는 게 아닙니다. 

 

해골상 주변을 보면 작은 해골상을 품고 무릎으로 걸어가면서 고행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도대체 죽음의 신에 대한 무속신앙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먼저 명칭부터 정확히 알려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이 무속신앙의 주인공인 <죽음의 신>의 스페인어 명칭은 <SANTA MUERTE>입니다. 직역하면 <성스러운 죽음>이 되는데요. 

 

의역하면 <죽음의 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더 좋은 의견 있으시면 환영합니다~^^)

 

죽음의 신을 모시는 무속신앙은 약 200년 전인 18세기 멕시코 중부에서 시작됐다고 하는군요. 

 

원주민들이 해골을 모셔놓고 종교의식을 치르거나 기도를 드리던 데서 기원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무속신앙은 200년 가까이 비밀로 붙여져 왔습니다. 죽음의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노출하지 않은 것이죠. 일종의 비밀종교였던 셈입니다. 

 

비밀이 깨진 건 1950년대였습니다. 

 

당시 가난하게 살던 멕시코 원주민들이 <서울의 꿈>을 품고 수도인 멕시코시티로 대거 이주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주한 원주민들이 죽음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기도를 올리면서 드디어 그 실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후 이 무속신앙은 백인사회에까지 번졌는데요. 

 

지금은 다른 중남미 국가는 물론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죽음의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일부는 정기적으로 멕시코 투티틀란을 방문하기도 한다고 해요. 

 

하지만 사람이 만든 신이 사람을 지켜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게 과연 이성적인 것인지 의문이네요. 새삼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