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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도미니카 10대 결혼, 줄어들까요?

중남미에서 10대 유부녀를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특히 이 문제가 심각한 국가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10대 유부녀가 가장 많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이 바로 그곳인데요. 도미니카공화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케케묵은 구시대 법이 바로 범인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민법은 1884년 제정됐습니다. 올해로 136년이 된 낡은 법이죠. 

 

민법에는 결혼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는데요. 도미니카공화국 민법에 따르면 여자는 만 15살부터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엔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 짧아 이 규정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죠. 

 

법이 이렇게 일찍 결혼을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보니 도미니카공화국에는 15살에 결혼을 하는 여자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15살 미만에 시집을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는군요. (물론 혼인신고를 미루고 시작하는 동거를 말합니다.)

 

이러니 10대 유부녀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해마다 탄생하는 부부 5쌍 중 1쌍은 신부가 미성년자인 경우라고 하네요. 

 

특히 저소득층에선 조혼, 그러니까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을 가는 여자가 많습니다. 

 

저소득층만 따로 떼어 보면 18살이 되기 전에 결혼하는 여자는 무려 59%에 이른다고 합니다. 5명 중 3명은 18살 전에 유부녀가 되는 거죠. 

 

게다가 23%는 15살 이하라고 하니 정말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법이 1997년 제정됐습니다. 

 

형법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를 납치하거나 임신시킨 남자가 피해자와 결혼할 경우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입니다. 

 

당연히 10대 유부녀는 더욱 늘어나게 됐어요. 

 

도미니카공화국 의회는 여자의 결혼연령을 높이기 위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도미니카공화국 여성부는 "국가에 수치가 되고 있는 법을 이번 기회에 꼭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네요. 

 

다행히 의회에서도 찬성 의견이 지배적이구요. 하지만 이미 깊게 뿌리를 내린 문화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어 하루아침에 10대 유부녀가 줄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10대 소녀들을 유부녀로 만들고 있는 법과 문화, 이제라도 바꿔야 하는 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