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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기말고사 보는데 시험관이 현직 대통령

대학생이 기말고사를 보는데 시험관이 대통령이라면 어떤 느낌일까요? 

 

중남미 최고의 명문대학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 법학과에 다니는 일단의 학생들이 실제로 이런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대통령을 교수로 둔 덕분에 누린 호강(?)이었답니다.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법대 비대면 기말고사에 시험관으로 나섰습니다. 과목은 범죄학개론이었어요. 

 

대통령이 왜 갑자기 대학교 기말고사 시험관으로 나섰냐구요? 

 

사실 뜬금없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대통령이자 이 대학교 현직 교수이거든요.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고 있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시험을 치른 뒤  "팬데믹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 수고한 학생들과 조교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노고를 치하했는데요. 

 

이날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이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지율(?)을 생각해서라도 학생 대부분을 붙여주지 않았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법대 시험은 10점 만점인데 4점 미만을 받으면 낙제처리됩니다. 과목을 재수강해야 하죠.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개교 199년 행사에도 참석해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대통령이 직접 학생들을 평가했다는 소식은 아르헨티나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념적으로 대립돼 있어 보수와 진보가 아옹다옹하고 있어요. 진보적 성향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보수 진영의 평가는 박한 편이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시험관으로 나섰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정치 성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대체로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은 올해 이렇게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네요. >

"대통령은 시간이 나면 골프나 치는 줄 알았더니 보람된 일도 하시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대통령 앞에서 시험을 치를 기회를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 들어갈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고 한껏 부러움을 나타낸 의견도 있었어요. 

 

아르헨티나에선 공무원이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공직에 있으면서 장사를 하는 건 금지행위죠. 이해관계로 인한 부정을 막기 위해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인데요. 

 

소수의 일부 직업은 예외입니다. 교수직도 예외에 속하죠. 공무원도 대학교수를 겸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법대입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2년 뒤인 1985년부터는 모교에서 조교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주임교수가 된 지금까지 35년간 강단을 지켰다니 대단하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해 선거운동과 유세로 정신없었던 지난해에도 일정을 쪼개 빼먹지 않고 매주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법대에는 지하철이 개통되어 교통이 정말 편리해졌어요. 큰길만 건너면 바로 학교^^ >

진정한 국력은 교육을 통해 배양된다는 게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그는 계속 교단을 지킬 계획이라고 하네요. 

 

< 이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건축과입니다. >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교수로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남미 최고의 명문 대학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은 올해로 개교 199년을 맞았는데요. 그간 노벨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했습니다.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명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난 6월 발표된 QS 세계대학순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은 중남미 대학으로선 최고 순위인 66위에 랭크됐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건축과 도서실입니다.>

최상위 100위권에 랭크된 중남미 대학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와 멕시코의 국립자치대(UNAM) 등 단 2곳이었는데요. 

 

멕시코 국립자치대는 정확히 100위로 100위권에 턱걸이 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에 엄청난 차이로 뒤진 것이죠. 

 

특히 놀라운 점은 이런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이 전면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은 입학금과 등록금을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이 대학을 선망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이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