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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낙태 합법화 속도 내는 아르헨티나

뿌리 깊은 가톨릭의 영향으로 낙태에 관한 한 매우 보수적인 아르헨티나에서 낙태가 합법화될 것 같습니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법안이 최근 아르헨티나 연방하원을 통과한 것입니다.

 

법안은 이제 상원으로 넘어가 마지막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요.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입니다. 

 

아르헨티나 연방하원이 낙태 합법화에 대한 법안을 표결한 건 지난 11일이었습니다. 

 

20시간 연속 마라톤 토론 끝에 하원은 법안을 표결에 붙였는데요. 

 

법안은 찬성 131표, 반대 117표로 통과됐습니다. 

 

하원이 낙태 합법화에 대한 법안을 심의한 시간 아르헨티나 의회당 주변에선 낙태 찬반론자들이 각각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의원들을 압박했습니다. 

 

낙태에 반대하는 쪽에선 의회당 정면에 대거 몰려 시위를 벌이며 법안을 부결시키라고 요구했는데요. 

 

여기엔 낙태 반대를 상징하는 하늘색 물결이 출렁였습니다. 

 

반대로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쪽에선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무장하고 거리로 밀려나왔습니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맞불시위를 벌였죠. 

 

찬성 시위에는 특히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는데요. 할머니, 엄마, 딸 이렇게 3대가 참가한 경우, 자녀 3명을 둔 엄마가 참가한 경우도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법안은 자발적이고 안전한, 비용이 들지 않는 낙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임신한 여성이 원하면 승인이나 동의 등의 절차 없이 안전하게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요. 

 

국가가 무료시술을 해주도록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생명권을 짓밟지 말라며 낙태 합법화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죠. 

 

아르헨티나는 가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엄격하게 낙태를 제한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 태아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극히 이례적인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낙태를 할 수 없죠. 그나마 이런 예외 경우라도 사법부의 승인을 받아야 낙태가 가능합니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성폭행으로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12살 여자어린이가 쌍둥이를 출산한 최근의 사건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데요. 

 

사법부 승인을 받는 데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바람에 여자어린이는 결국 출산하고 쌍둥이의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르헨티나에선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죠. 

 

때문에 상원으로 넘어간 낙태 합법화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상원은 당장 14일부터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한때 이혼까지 허용하지 않을 만큼 보수적 법률체제를 갖고 있던 아르헨티나가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로 변신할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