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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병원 바닥에서 치료 기다리던 여대생이 남긴 생애 마지막 사진

아르헨티나에서 1장의 사진이 국민적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려 힘이 쫙 빠진 상태에서 입원도 하지 못하고 병원 복도 바닥에 누워 있는 여대생의 사진입니다. 

 

라라 아레기스(22)라는 이름의 이 여대생은 증상이 발현한 지 1주일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복도에 누운 사진이 생애 마지막 사진이 된 것이죠. 

 

아르헨티나 지방 산타페주에서 벌어진 사건인데요. 여기는 한국 교민들도 많이 살고 계신 곳이죠. 

 

라라 아레기스에게 고열과 기침 등 증상이 시작된 건 지난 13일이었다고 합니다. 

 

아레기스는 자취를 하면서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는데요.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증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요즘 아르헨티나에선 손톱만 아파도 코로나19를 의심한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죠. 

 

라라 아레기스는 즉각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고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부모님이 동행했죠.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라라 아레기스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어요. 코로나19 환자가 넘쳐 병상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앉을 곳마저 변변하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의사를 만났는데요. 

 

의사는 "폐가 엉망이 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3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군요. 

 

즉각 검사를 실시할 일인데 사흘 뒤라니... 어쨌든 라라 아레기스는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날 라라는 다시 병원을 가게 됩니다. 기력이 떨어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딸을 보고 부모가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구나"고 보고 딸을 다른 병원으로 데려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간 다른 병원도 코로나19 환자로 만원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래 대기를 해야 했는데 라라 아레기스는 결국 힘에 겨워 병원 복도에 눕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재킷을 덮어주었고, 엄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딸의 생전 마지막 사진이 되고 만 것입니다

 

라라 아레기스는 병상이 나면서 입원을 했지만 21일 새벽 3시쯤 세상을 떠났어요. 

 

병원은 라라 아레기스의 죽음을 예상했는지 그녀가 죽기 전날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더랍니다. 면회를 왔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아버지가 전날 딸을 봤는데 이미 말을 못하는 상태였고, 눈빛으로만 대화를 나눴다고 하네요. 

 

라라 아레기스는 젊은 나이였지만 당뇨환자였습니다. 10살 때 당뇨 판정을 받고 인슐린 치료를 받아왔다고 해요.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었는데도 바로 입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르헨티나의 의료시스템 상황이 현재 심각하다는 뜻이죠. 

 

예쁜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 알레한드로 아레기스는 "아직도 코로나19가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며 "딸의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편 수의학을 전공한 라라는 자취생활을 하면서도 반려견 3마리, 반려묘 2마리를 기를 정도로 동물 사랑이 지극했다고 하는데요. 

 

졸지에 주인을 잃은 동물도 가엾은 신세가 되고 말았네요. 

 

코로나19가 야기하는 피해와 불행, 도대체 끝은 어디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