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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집 줄게, 무덤 다오" 빅딜한 할아버지 대만족!

공동묘지는 스페인어로 Cementerio라고 합니다. 


중남미에는 우리나라처럼 선산에 조상을 모시는 문화는 없습니다. 세상을 뜬 사람은 거의 대부분 공동묘지에 묻히는데요. 

묘지를 쓰는 걸 보면 중남미에서도 사후 빈부의 격차는 분명히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유지비 부담이 없거나 적은 공립시설에, 경제력이 있는 계층은 매년 비싼 관리비를 내야 하는 사립공동묘지에 묘를 쓰고 있었요. 

사립공동묘지는 묘지공원(Parque Cementerio)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사립시설은 대부분 정말 공원처럼 환경이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땅값 금값인 곳에 있는 최고급 공동묘지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묘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레콜레타 공동묘지입니다. 

레콜레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고급동네인데요. 그 한복판에 5.5 헥타 규모의 대형 공동묘지가 있다는 게 이색적이기도 하죠. 공동묘지 옆에는 백화점이 맞붙어 있답니다^^

비싼 땅에 묘지가 들어서게 된 배경은 나중에 한번 포스팅하겠습니다. 얼마나 비싸길래 그러나 궁금하시죠?

레콜레타 공동묘지의 묘는 매물도 드물지만 가격은 저렴한 것이 한 30만 달러(약 3억1500만원), 비싼 것은 60-70만 달러(약 7억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웬만한 아파트 1채 값입니다. 망자의 호강이라고 할까...


<레콜레타 묘지의 입구입니다. 묘지는 공원과 맞붙어 있는데요. 공원 쪽으로 입구가 나 있습니다.>

 

<저 집들이 모두 묘지입니다. 집이 크다 보니  가족들이 사망하는 순서대로 모두 한 묘에 들어갑니다.>


지금의 묘지가 있는 곳은 원래 수도권 자리였다고 합니다. 1822년 11월 17일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아르헨티나의 첫 공동묘지가 조성됐는데요. 그게 바로 레콜레타 공동묘지입니다. 

레콜레타 공동묘지는 마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합니다. 

화려한 정문을 지나면 주택식 묘가 질서있게 들어서 있습니다. 도시계획을 한 것처럼 길도 구분돼 있고 길에는 이름도 붙어 있습니다. 당연히 묘마다 도로명 주소(?)도 달려 있습니다~

<묘지 안에 묘들도 이렇게 웅장합니다. 안을 들여다 보면 보면 관이 놓여 있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묘지 안에도 이렇게 도시계획이 돼 있습니다.>


<묘지 내에도 빈부의 격차가! 위의 사진보다는 좀 가난한(?) 지역은 묘들이 이렇습니다.>


레콜레타 공동묘지는 워낙 고급 묘지이고 유명한 인물,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잠들어 있어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필수 관광코스로 들려보는 곳입니다. 

그 유명한 에바 페론도 바로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에바 페론의 묘 앞에는 365일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 유명한 에파 페론의 묘입니다. 다른 묘에 비해 규모는 정말 초라한 편인데요. 언제나 꽃은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남미 여행하시는 분 계시다면 꼭 들려보세요~

레콜레타 공동묘지는 연중무휴 오전 7시~오후5시까지 입장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맞춰가면 가이드투어도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 설명을 들어보니 레콜레타 공동묘지에서 가장 비싼 묘는 천장에 금을 바른 곳이라고 하더군요^^


집과 무덤 빅딜!

공동묘지 이야기를 오래 한 건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우루과이의 한 할아버지가 주택과 묏자리를 바꾸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죽은 뒤에 갈 곳이 정해지니 마음이 편하다"면서 빅딜에 만족했다고 하네요^^ 


"집 줄게, 무덤 다오" 이색적인 물물교환 계약

주택과 무덤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이 성사됐다. 주인공은 "재산을 친척에게 주지 않겠다."면서 주택을 주고 무덤을 받기로 했다. 

83세 우루과이 할아버지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북쪽으로 200km가량 떨어진 비샤델카르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일찍 가족들을 잃고 혼자가 됐다. 80을 넘기면서 조용히 인생을 정리할 준비를 하던 할아버지. 그러나 조카들이 할아버지의 전 재산인 집을 노리는 걸 알게 되면서 할아버지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상속인이 없어 자신이 사망하면 집을 물려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카들이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달려들자 괘씸한 생각이 든 것. 

할아버지의 집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100만원 정도인 서민주택이다. 큰 재산도 아닌 걸 노린 조카들이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솟았다. 할아버지는 "조카들에겐 절대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면서 시 당국과 접촉에 나섰다. 

집을 넘겨줄테니 공동묘지에 무덤 1기를 달라면서 시 당국과 협상에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알게 된 시장은 물물교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망 후 재산(집)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시립공동묘지에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누베르 메디나 시장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되어 기쁘다."면서 "사후에도 모든 일이 할아버지의 유지대로 진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할아버지는 시와 물물교환 계약을 맺은 뒤 집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면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엘파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