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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여성에게도 가슴 노출 권리를!" 브라질 토플리스 시위

케케묵은 금지규정을 깨자는 데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약속한 날 바닷가에 모인 사람은 열 명 남짓이었습니다. 

21일 브라질에서 열린 여름맞이 토플리스 시위가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선 참가를 약속했던 여성이 8000명 이상이었는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이 여성이 가장 많은 플래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언론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고. 사진=에페>


토플리스 시위 촉발한 화보촬영 금지  

토플리스 시위는 브라질의 배우 크리스티나 플로레스가 리우의 해변가에서 가슴을 드러낸 채 작품홍보용 화보를 찍다가 저지를 당한 데서 발단됐습니다. 플로레스는 작품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고집했습니다. 

인권운동을 하는 아나 리오스가 이 소식을 접하고 토플리스 시위를 제안했습니다. 남반구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21일을 D데이로 잡고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온라인으로 참가자를 모았습니다.

페이스북에서만 2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꾹 누르고 참가를 약속하면서 시위는 대성공을 거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참가자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2~13명 정도가 가슴을 드러내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현지 언론은 "참가자보다 취재기자가 훨씬 많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메라 없이 서 있는 남자들. 거기서 뭐하고 계시나요? 사진=에페>


가슴구경 간 남자만 득실득실  

토플리스 시위를 열기로 한 곳에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많이 모여든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토플리스 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한 리오스는 이 점이 매우 속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리오스는 "여자의 가슴을 구경하려 남자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놀랐다"면서 토플리스 시위가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걸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는 참가율이 저조했던 이유에 대해 "막상 가슴을 노출하고 시위를 하려다가 주눅이 든 여성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모두 여자가슴을 구경하러 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 남자들은 양쪽 가슴에 원을 그려넣어 마치 브래지어를 한 것 모습으로 해변가에 나타났습니다. 남자들에게만 토플리스(?)를 허용한다면 앞으로 브래지어를 하겠다는 경고(?)메시지로 보이네요. 





<사진을 보면 전혀 외설적이지 않은데... 저만 그런 건 아니죠? 사진=오글로보>



당당한 참가자, 당당히 여권 주장  

비록 토플리스 시위 참가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생에서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폈습니다. 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토플리스를 금지하는 건 잘못된 청교도 정신이자 마초 문화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청순 미모의 한 여성은 가슴노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토플리스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건 여성에 대한 윤리적 폭력"이라면서 물리적 폭력못지 않게 윤리적 폭력도 바로잡아야 할 여권의 문제"라고 당차게 말했습니다. 



<참가자가 토플리스 시위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사진=오글로보>


"케케묵은 규정" Vs "누드해수욕장으로 가라"   

브라질에서는 1940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토플리스를 금지했습니다. 해변가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여성은 징역 3월~1년이나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은 여성은 손꼽을 정도지만 경찰은 이 규정을 들어 해변가에서 토플리스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남자는 되고 여자만 안 된다면 성차별" "카니발 때는 가슴을 드러내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 많은데 왜 해변가만 안 된다는 거냐"고 항의하지만 브라질 당국은 "해변가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싶다면 누드해수욕장으로 가라"면서 규정을 폐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