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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베네수엘라 약국들이 문을 닫는 이유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네요.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생필품이 모자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이제는 아플 때 먹는 약까지 떨어지고 있다네요. 다른 건 몰라도 건강은 챙겨야 하는데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돈이 있어도 약이 없어 살 수 없으니 말이죠.

사진으로 확인된 베네수엘라 약국의 현실입니다.​ 예전 같으면 약들로 꽉 차있었겠지만 이젠 정말 빈 공간이 많네요.


약사들의 증언을 들으면 베네수엘라의 의약품 위기는 바로 실감됩니다.

카라카스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여자약사는  "필요한 의약품을 100이라고 할 때 확보할 수 있는 약은 20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필요한 약의 80%가 모자라다는 얘기인데요.

이 여자약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약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급이 안 돼 모자라는 약의 비율은 무려 85%에 이르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뭐 비싼 약, 희귀한 약이 모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진통제, 항생제, 고혈압약 같은 평범한 약들이 떨어져 구할 수 없게 됐다니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약사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문을 닫는 약국도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라카스에 있는 한 약국은 1950년대에 문을 열어 6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문을 닫았습니다.

약을 찾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이 찾는 약이 없어서 문을 닫았다고 하니 정말 어이 없네요.​

​그런데도 정부는 망언만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루이사나 멜로 베네수엘라 보건부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너무 약을 과도하게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민이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바람에 의약품이 모자란다"고 했네요.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잘못된 정치가 한 나라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구나 생각하니 새삼 정치의 중요성을 알 것도 같습니다.

​오늘의 스페인어에요.

오늘의 스페인어는 두 번째 사진에 있는 표현을 볼게요. ​약사들이 약사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시면 스페인어로 뭐라고 써져 있죠? (베네수엘라는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니까 당연히 스페인어로 써져 있겠죠^^)

첫 문장은 ​​No te enfermes라고 씌여 있네요. Enfermarse라는 스페인어 동사의 부정명령형이에요. "병들지 말아라"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는 No hay medicinas라고 적혀 있죠? 약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법적으로 보면 두 문장은 스페인어 중급 정도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페인어로 봐도 참 황당하고 기막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