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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베네수엘라 학생들이 기절하는 이유

21세기에 못 먹어서 기절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믿어지세요? 물론 아프리카 빈국에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남미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그것도 석유매장량 세계 1위라는 자원부국 베네수엘라서 말입니다.

이건 정말 먹을 게 없어서 아니라 잘못된 정치 탓이기 때문에 이 기사를 쓰면서 화가 났습니다.

학생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쓰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현지 언론에 보도가 됐습니다. 현지 언론에는 베네수엘라의 여교사 니노스카 살라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소개됐는데요.

​살라스는 "담임하고 있는 반에서 등교하는 학생이 60%에 불과하다"면서 출석률이 이렇게 낮은 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에 가지 않다고 있다는 건데요. 이유는 먹지 못해서였습니다.

​학생이 결석하면 여교사는 집에 확인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학부모들의 대답은 한결같다고 하네요. 밥을 먹지 못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말이죠.

그럼 학교에 간 베네수엘라 학생들은 배부르게 먹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살라​스는 "학교에 온 학생들도 얼굴을 보면 먹지 못해 기운이 없다"고 했습니다.

​살라스는 그런 학생들이 불쌍해 먹을 걸 장만해 나눠주기도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월급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학생들이 먹지 못하는 건 식품을 포함해 생필품이 절대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실감이 나시나요? 베네수엘라의 대형 마트인데 먹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큰 마트가 있다는 건 언젠가 물건이 꽉꽉 찬 적이 있다는 얘기죠.

​이러니 학생들이 먹지 못하고, 학교도 못하고... 심지어는 학교에 갔다가 기절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에 있는 한 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미리암 로페스는 "먹지 못해 얼굴이 창백한 학생들이 많다"면서 "허기가 진 학생들이 학교에서 기절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로페스는 "배가 고파하는 아이들이 도저히 수업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먹을 걸 주지 못했다면서) 부모들이 부끄러워한다"고 했습니다.

자원도 많은 아름다운 카리브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필품이 남아 있는 곳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밀려듭니다.

아무튼 한참 자랄 나이의 어린 학생들은 잘 먹어야 할 텐데 어른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먹지도 못하고 있다니 마음이 찢어집니다.

스페인어 한마디로 마칠게요.

스페인어로 기절하다는 desmayar이라는 동사로 표현합니다. 이 동사의 뜻은 "기절시키다"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기절하다라는 표현을 할 때는 재귀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스페인어에는 이렇게 재귀형으로 사용되는 동사가 많으니까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