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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멕시코 주민들이 벌인 시장 납치사건

선거철만 되면 그럴듯한 공약을 내거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물론 당선되면 깨끗하게 입을 닦고 말이죠.

멕시코의 현직 시장이 이렇게 임​기를 보내고 슬쩍 퇴임하려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약간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끝까지 공약을 지키도록 압박한 멕시코 유권자들의 집념(?)은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대선과 총선 거기에다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멕시코의 엘트리운포라는 곳에서 최근 벌어진 일입니다. 일단의 주민들이 시장에게 몰려가면서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시장은 알폰소 몬티엘이라는 사람인데요. 이번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아 이제 약 5개월 뒤에는 물러날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군요. ​"엘트리운포와 외부를 연결되는 다리를 짓겠다" "도로를 깨끗하게 포장하겠다" "학교를 설립하겠다" "공원을 만들어주겠다" 등등 그럴듯한 공약을 잔뜩 내걸고 당선된 시장인데 말입니다.

몰려간 주민들은 "공약을 완료하고 물러나라"라고 다그쳤지만​ 시장은 "물리적으로 이런 불가능하다"며 정치인답게(?) 발뺌을 했습니다. (솔직했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ㅎㅎ)

그러자 화가 난 주민들이 시장을 감금해버렸습니다. 시장 집무실에다 말이죠. 멕시코 언론은 이걸 "주민들이 시장을 납치했다"고 표현했습니다. ​

​순식간에 납치범(?)으로 변한 주민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친구과 가족들을 불러모았는데요. 덕분에 납치범들(?)은 삽시간에 수백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시장을 납치한 주민들은 석방을 조건으로 몸값(?)을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이 요구한 돈은 1000만 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5억4120만원 정도가 되네요.

시장은 몸값을 주고 풀려났을까요? ​

네~ 시장은 결국 몸값을 냈습니다. 자기 몸값을 스스로 냈다고 하는군요.

시장은 몸값을 절반을 주고 일단 풀려났는데요. 나머지도 꼭 지불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렇게 받아낸 몸값을 시의 예산으로 돌려 시장이 이행하지 않은 공약의 사업비에 보태기로 했다는데요. ​유괴와 납치가 성행하는 멕시코에서 주민들이 지극히 멕시코적인 방법으로 권리를 지켜낸 것 같습니다. 물론 몸값이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요.

악착같이 몸값을 받아낸 멕시코 주민들, 정말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