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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아르헨티나 대통령, 쓰레기통 내부 실체 대폭로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1898년에 완공된 유럽풍 지상 2층 건물입니다. 

 

외벽을 모두 핑크색으로 칠했기 때문에 스페인어로는 <까사 로사다>라고 불립니다. 영어로 바꾸면 <핑크 하우스>, 그러니까  분홍빛 집이라는 뜻입니다. 

 

밖에서 보면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아래 사진처럼 참 반듯하고 예쁜 건물입니다. 

 

그런데 안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적어도 2015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내부 구석구석엔 쓰레기통 같은 곳이 많았습니다. 이어서 보시는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정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궁 안에 저런 곳이 있었다는 게 믿기 힘드네요. 

 

아르헨티나에선 요즘 대통령궁을 놓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당이 야당에게 "대통령궁을 훼손했다"고 공격하자 야당은 여당에게 "너희는 대통령궁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놨잖아"라고 반박하면서입니다. 

 

위의 사진은 대통령궁 옥상인데요. 야당의 반박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공방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정권교체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2003~2015년 아르헨티나에선 페론당이 집권을 했습니다. 2015~2019년엔 프로당이 집권했구요, 지난해 12월 다시 정권이 바뀌면서 페론당이 집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궁을 놓고 먼저 공격을 한 건 지금의 여당 그러니까 페론당입니다. 

 

페론당은 프로당이 집권 기간 중 대통령궁의 시설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면서 2015~2019년 대통령으로 재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와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페르난도 데안드레이스를 고발했습니다. 

 

대통령궁 안에는 완공 전인 1895년에 설치된 대리석 계단이 있었는데요. 프로당은 이 계단을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놨다는군요. 페론당은 이걸 문화유산 훼손이라며 고발한 것입니다. 

 

그러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발끈하면서 프로당이 2015년 정권을 인수한 직후 대통령궁의 상태를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입니다. 

 

그는 "2003~2015년 12년 동안 집권한 페론당이 우리에게 넘긴 대통령궁은 이런 상태였다"면서 당시 찍은 사진들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는데요. 위에 있는 사진들은 모두 그가 공개한 사진들입니다. 

 

여기는 대통령집무실의 바로 위층에 있는 사무실이라고 합니다. 폐기한 가구와 쓰레기들이 정말 수북하게 쌓여 있네요. 쓰레기 창고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어요. 

 

전기공사를 하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렇게 전선이 떨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벽의 상태도 정말 엉망이군요. 

 

여긴 화장실인데 서류철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정신이 나간 사람이 서류를 화장실에 보관한 것인지, 아니면 볼일을 보면서 일을 할 정도로 열심을 낸 것인지... 

 

데안드레이스 전 비서실장은 "(2003~2015년) 12년 동안 대통령궁을 쓰레기통으로 만든 페론당이 황당한 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공격해 온다면 그때그때 맞받아주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이제 보수공사를 완전히 마쳐 내부도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왠지 아르헨티나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