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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동물의 세계

입양한 유기견 못 버려... 코로나19 대피 포기한 청년

배낭영행을 하면서 입양한 유기견들을 버리지 못해 모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청년이 있어 안타까우면서도 작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페루에서 발이 묶인 그는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 탑승마저 거부했는데요. 힘든 여정을 함께한 유기견들을 버릴 수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하네요. 

 

2년째 배낭을 메고 남미를 돌고 있는 배낭여행족 마이클 그라프의 이야기입니다.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주 출신인 그라프는 올해 29살 청년입니다. 그는 남미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2년 전 배낭을 메고 남미여행에 나섰다네요. 

 

콜롬비아에서 아르헨티나까지 걸어서 내려오면서 남미 구석구석을 둘러보기로 하고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는 여행 중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입양한 유기견 <차무>, 에콰도르에서 입양한 유기견 <닐로>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라프는 약 6개월 전 페루에 입성했는데요. 이제는 그의 반려견이 된 차무와 닐로도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렸네요. 모국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남미 각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국제공항까지 폐쇄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그냥 버려둔 건 아닙니다. 

 

아르헨티나는 국적항공사인 아르헨티나 항공과 공군 수송기를 투입해 세계 각국에 있는 자국민을 귀국시켰습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가 자국으로 데려간 국민은 3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페루 리마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그라프도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사관에선 "아르헨티나 공군 수송기가 곧 오니 그 비행기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세요"라고 했다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군은 페루에 있는 자국민을 데려가기 위해 헤큘레스라는 수송기를 투입하기로 했는데요. 

 

이 비행기가 비교적 작은 것이라 공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군은 "사람을 태울 자리도 넉넉하지 않아 개들을 태울 수는 없으니 반려견들은 페루에 두고 타세요"라고 했다네요. 

 

그라프는 이런 말을 듣고 공군기 탑승을 포기했습니다. 

 

그라프는 "천사들은 나를 버린 적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천사들을 버릴 수 있겠어요?"라고 했는데요. 그는 입양한 유기견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먹을 게 떨어져 배가 고플 때도 있었는데 그 어려운 시기를 함께해준 게 나의 천사들이었다"면서 "반드시 천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라프는 최근 갖고 있던 물건들을 팔아 중고 자전거를 1대 마련했습니다. 자전거 뒤에 달 수 있는 리어카도 1대 장만했는데요. 

 

그는 자전거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뒤에 달 리어카에는 <천사들>, 그러니까 입양한 유기견들을 태우고 말이죠. 

 

현재 중남미에선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선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국가입니다. 

 

초강력 봉쇄 덕분인데요. 14일(현지시간)까지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282명, 사망자는 815명이었습니다. 

 

반면 그라프가 현재 체류하고 있는 페루에선 코로나19 확진자 22만5000명, 사망자 6498명이 발생했습니다. 페루는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에서 코로나19 인명피해가 가장 큰 국가입니다. 

 

아르헨티나가 코로나19에 선방하자 세계적인 시사잡지 <타임>은 아르헨티나를 11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했는데요. 

 

중남미 국가 중 11대 국가에 포함된 건 아르헨티나가 유일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군기를 타고 모국으로 돌아가는 데 맞는데 입양한 유기견 때문에 탑승을 포기한 청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마음이 착한 사람이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청년 그라프와 그의 반려견들이 무사히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길 기원하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