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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폭발사고에 시달리는 콜롬비아

반세기 넘게 이어진 콜롬비아의 내전은 2016년 평화협정이 맺어지면서 공식적으론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내전의 잔재는 여전히 곳곳에서 콜롬비아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뢰 등 전쟁무기의 폭발사고가 잇따르면서 매일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콜롬비아에서 폭발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주민이 최소한 181명에 달한다고 최근 콜롬비아 적십자가 밝혔습니다. 

 

<내전 때 테러와 납치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 콜롬비아의 반군단체 FARC의 훈련 모습입니다.>

폭발사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민간인입니다. 올해 상반기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181명 폭발사고 피해자 가운데 군인이나 게릴라 등 무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은 55명이었습니다. 

 

나머지 121명은 모두 민간인이었다는 거죠. 여기에는 미성년자 17명도 포함돼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뢰가 매설돼 있어 위험하다고 알리는 표지판입니다.>

폭발사고를 당하면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 장애인이 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대인 지외의 경우엔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 마련인데요. 

 

지외와 원격제어 폭발물, 발사형 폭발물 등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역시 대인 지뢰라고 합니다. 

 

콜롬비아에는 아직 이렇게 "지뢰가 매설돼 있으니 위험하다"는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니 주민들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폭발물처리반이 지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적십자는 이번 통계를 발표하면서 "콜롬비아가 무기로 오염돼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뢰 등에 의한 폭발사고에 대해선 "비인도적인 결과"라고 지칭했습니다. 

 

참으로 적벌한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의족을 한 남자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적십자는 폭발사고 피해자 통계를 발표하면서 "충격적이면서도 고통스러운 수치"라고 했는데요. 

 

상반기에만 폭발사고로 181명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하루 1명꼴이니 이런 표현이 절대 지나친 게 아닌 것이죠. 

 

(사진5 <환하게 웃고 있지만 이 청년도 2018년 폭발사고로 다리를 잃고 의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폭발사고는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엄청난 후유증을 남깁니다. 지뢰의 경우 다리가 잘려나가 불구의 몸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죠. 

 

그래서 의족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데요. 콜롬비아 적십자는 "폭발사고를 당하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인생까지 한꺼번에 뒤죽박죽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폭발사고로 받은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평생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이 어린이는 폭발사고로 팔을 잃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요즘 봉쇄에 들어간 남미 국가나 도시가 적지 않은데요. 

 

콜롬비아에선 폭발물 때문에 일찌감치 봉쇄생활을 하는 시골마을 공동체도 많다고 합니다. 지뢰 등이 무서워 마을 일정 구획을 넘어선 아예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콜롬비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폭발사고 대응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에는 모두 32개 주가 있는데요. 콜롬비아 적십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폭발사고로 인명피해가 난 곳은 절반에 가까운 14개 주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 피해자의 78%가 발생한 안티오키아, 노르테 데 산탄데르, 나리뇨, 카우카 등 4개 주가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콜롬비아 적십자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폭발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더욱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국가에 경제적 지원을 촉구했는데요. 

 

콜롬비아가 폭발물 청정국가가 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대해봅니다.

 

<폭발사고를 당한 군인이 이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