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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성소수자 주례 섰다고 쫓겨난 아르헨티나 신부

아르헨티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나라입니다.

 

미주대륙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이니 만큼 제도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전히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많습니다. 가톨릭신부가 쫓겨난 것도 바로 이런 사회적 갈등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르헨티나 최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주(州)의 우수아이아에서 최근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파블로 실바(남편, 54)와 빅토리아 카스트로(부인, 46)입니다.

 

평범한 부부 같지만 사실 이 부부에겐 약간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카스트로는 트랜스젠더입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의 삶을 택해 살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것이죠. 

 

아르헨티나는 법정혼인만 하면 정식으로 부부가 됩니다. 요즘은 성당 결혼식을 생략하는 부부도 많답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성당결혼식이 꿈이었다는군요. 웨딩드레스를 꼭 입어보고 싶었대요. 

 

두 사람은 그래서 성당을 찾아갔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 가능하겠냐고 물으려 간 것이죠. 가톨릭이 원래 이런 부분과 관련해선 약간 까다로운 측면이 없지 않아 있으니까요.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우수아이아의 중심부에 있는 메르세데스 성당이었는데요. 

 

이 성당을 담당하고 있는 신부 파비안 콜만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는 결혼을 축하하면서 흔쾌히 주례를 서주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저녁 마침내 두 사람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렇게 저녁에 결혼식을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에 터졌습니다. 

 

가톨릭 교계에서 "트랜스젠더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이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수적인 가톨릭신자들도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죠. 

 

결국 티에라 델 푸에고의 주교단까지 성명을 내고 주례를 선 콜만 신부를 비판했는데요. 

 

주교단은 성명에서 "이건 우리가 알고 지지하는 결혼이 아니잖아~!!!!" 이런 취지로 신부를 비판했습니다. 

 

주례를 선 신부 콜만에겐 적당한 경로와 방법으로 주의를 줬다는 말도 했어요.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메르세데스 성당에는 새 신부가 부임했습니다. 콜만 신부가 쫓겨난 셈이죠. 

 

주교단은 "벌써부터 예정됐던 인사조치"라고 해명했지만 문책이라는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네요. 

 

게다가 최근엔 커밍아웃을 한 개신교 목사가 자택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해 사건이 더욱 주목 받고 있어요. 

 

아르헨티나는 미주대륙에서 동성결혼을 최초로 허용한 국가입니다. 

 

이번에 파문이 발생한 우수아이아는 더욱이 동성결혼의 성지 같은 곳이죠. 2009년 12월 아르헨티나 최초로 게이커플이 법정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 곳이니까요. 

 

제도는 성소수자에게 관대해졌지만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