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콜롬비아에 숨어 있는 코로나19 안전지대

남미 콜롬비아는 코로나19 때문에 고생 중인 대표적인 중남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24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요, 최근엔 하루 7000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거든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서 콜롬비아는 중남미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콜롬비아에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지방도시 캄포에르모소가 바로 화제의 그 도시랍니다. 

 

캄포에르모소는 확진자가 1명도 없지만 29일부터는 백신 접종까지 시작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호강(?)에 겨운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미 전역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죠. 

 

<코로나19 안전지대 캄포에르모소입니다. 참 아름다운 도시네요^^>

 

캄포에르모소는 수도 보고타에서 자동차로 약 5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남서부의 지방도시입니다. 

 

주민은 다 합쳐봐야 3400명 정도라고 하니 깜찍한 소도시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작은 도시는 어떻게 코로나19 난리가 난 콜롬비아에서 팬데믹 안전지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인데 말입니다. 

 

분석은 다양합니다. 가톨릭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들은 캄포에르모소를 지켜주는 성인 <세인트 로케>에게 열심히 기도를 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요. 

 

캄포에르모소로 들어가는 길이 워낙 험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아니겠죠? 캄포에르모소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방역에 열심을 낸 덕분이라는 분석이 정설이에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콜롬비아는 전국적인 봉쇄령을 발동한 적이 있습니다. 

 

캄포에르모소도 당연히 봉쇄에 참가했죠.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기초식품을 박스에 담아 가가호호 돌면서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마스크까지 무료로 공급한 것입니다. 구매를 위한 주민 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시장은 지역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대신 라디오를 선택한 것도 도시의 인구 비례를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캄포에르모소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의 15%에 달하는데요. 다른 콜롬비아 도시보다 이런 노인 비율은 높은 편입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라디오를 소통의 창구로 선택한 것입니다. 

 

하이메 로드리게스 시장은 매일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메시지를 송출했는데요.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니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세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로드리게스 시장은 지금도 매일 라디오를 통해 주민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지난해의 일화를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콜롬비아 중앙정부가 각 지방 자치단체에 시신가방을 준비하라고 했던 것입니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시신가방을 준비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이었는데 로드리게스 시장은 "이걸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나?"라고 한동안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노인들이 많은데 엄청난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이 앞섰다고 하네요. 

 

로드리게스 시장은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하고 라디오를 통해 "시신가방을 준비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라고 털어놨는데요.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시장의 이런 메시지가 나가고 난 뒤 주민들이 더욱 방역에 협력하더란 것입니다. 

 

덕분에 캄포에르모소는 <코로나19 안전지대> <코로나바이러스는 안 왔는데 백신은 도착한 도시>가 됐는데요. 

 

이런 소문이 퍼지자 대도시로 떠났던 주민들이 최근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귀성한 주민이 벌써 120명이라고 해요. 인구감소는 지방도시마다 안고 있는 문제인데 코로나19를 이겨낸 덕분에 캄포에르모소에선 오히려 주민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죠. 

 

캄포에르모소 주민들처럼 코로나19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