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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중남미 이슈

노숙자촌으로 변한 베네수엘라 공동묘지

베네수엘라의 한 공동묘지가 노숙인촌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이 묘지에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제는 그 규모가 워낙 커 손을 쓰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묻혀 있는 묘지 위의 대리석판을 침대 삼아 잠을 자거나 식탁 삼아 식사를 한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죠.

 

노숙인촌으로 전락한 공동묘지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델수르 공동묘지입니다. 

 

19세기에 조성된 이 공동묘지는 카라카스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1982년에는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해요. 

 

그래서 묘지에는 전임 대통령 등 역사적 유명 인사들의 묘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묘지는 이런 모습입니다. 

 

비석으로 담을 삼거나 묘를 덮은 대리석 판을 침대로 삼아 허름한 움막을 짓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죠. 

 

죽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공간을 산 사람들이 침공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아예 가족들이 살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5개월 딸을 둔 부부 잭슨(19)과 위니퍼(17)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위니퍼의 가족, 그러니까 친정도 공동묘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딸까지 여기서 자라고 있으니까 3대가 공동묘지에 살고 있는 것이죠. 

 

노숙인들이 공동묘지로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길거리보다는 낫다는 것이죠. 

 

마약을 팔다가 붙잡혀 9년간 형을 살고 나온 뒤 공동묘지에 터를 잡았다는 루이스는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길에서 자는 것보다는 묘지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어요.  

 

그렇죠. 공원처럼 꾸며져 있으니까 길바닥에 자리를 잡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을 겁니다. 

 

게다가 부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요... 공동묘지는 언젠가부터 도굴꾼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시신과 함께 매장한 부장품 귀금속이나 금이빨을 훔쳐가려는 도굴꾼들이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이죠. 노숙인들은 도굴을 막는 묘지기 역할을 하게 됐다고 해요. 

 

그리고 그런 노숙인들에게 고맙다고 선물을 주는 가족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노숙인들이 말하는 부수입이라는 바로 이걸 가리키는 겁니다. 

 

한 노숙인은 자기가 돌봐주는 묘가 35기나 된다고 했는데요. 

 

주말이면 공동묘지를 찾는 가족들이 식품을 갖다주는데 하루에 20개 식품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몰려드는 걸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여자시민은 "묘를 덮은 대리석판을 식탁 삼아 아예 부엌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면서 "고인에게 이게 할 짓이냐"고 분노했어요. 

 

땅덩어리 큰 남미에서 갈 곳이 없어 공동묘지 노숙이라니...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