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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시장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이유

남미 각국에선 크고작은 시위가 자주 열립니다. 워낙 자유분방하다보니까 시위도 잦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최근에 남미에서 화제가 된 시위가 있습니다. 현직 시장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벌인 1인 시위입니다. 우루과이의 작은 지방도시 트란케라스의 시장 밀톤 고메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우선 시위 현장부터 볼까요?


왼쪽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고메스 시장입니다.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시청 직원이라고 하는데 비서관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쇠사슬이 잘 안보이신다구요? 상징적인 쇠사슬 시위이기 때문에 몸을 쇠사슬로 칭칭 감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대한 사진을 보면 플라스틱 의자와 몸을 묶은(?) 쇠사슬이 보입니다. 시장과 시청직원의 허벅지 위쪽으로요.



고메스 시장이 시위를 벌인 건 도로 때문이었습니다.

고메스가 시장으로 있는 트란케라스는 우루과이 북부에 있는 작은 시골도시입니다. 트란케라스의 인구는 1만 정도인데요. 대부분의 주민은 임업과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요. 수박이 유명해서 '수박의 수도'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475km나 떨어져 있으니 아주 시골임에 분명하네요.

 

문제는 트란케라스의 생명선과 같은 도로입니다. 트란케라스는 30번 도로(남미에선 이렇게 도로에 번호를 붙이는 경우가 많답니다.)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데요.

이 도로의 노면상태가 엉망이라고 합니다. 40년째 보수공사를 하지 않았다나요?




그렇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는데요. 험한 길을 주행하다 보니 걸핏하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고장나곤 한다네요.

고메스 시장은 "평생 번 돈으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구입한 주민들이 매번 차량을 할 때마다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엉망인 도로는 주민 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실은 앰뷸런스가 큰 도시로 나가야 하는데 길이 엉망이라 쾌속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0번 도로는 우루과이 중앙정부의 관할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보수와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데 무려 40년 동안이나 나몰라라 방치한 것입니다.

정말 주민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면 정말 화가 날 일이겠죠? (고메스 시장은 2010년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게 도로보수를 끈질기게 요구했는데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하네요.)

고메스 시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쇠사슬 농성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쇠사슬로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묶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고 시정을 팽겨치진 않았습니다. 휴대폰으로 꼼꼼하게 시정을 챙겼거든요.

고메스 시장은 "도로보수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주민들은 그런 고메스 시장을 찾아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구요.

 


 

농성시위는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고메스 시장이 농성시위를 벌인지 이틀 만에 보수공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쇠사슬시위가 이겼네요!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데요. 이런 시장이라면 한 번 믿어볼만 하지 않을까요? 고메스 시장 화이팅입니다^^

 

 

스페인어 한마디입니다. 오늘은 부담없이 스페인어 단어 2개만 보고 갈게요.

시장은 스페인어로 보통 alcalde라고 하는데요. Intendente라는 표현도 심심치않게 사용되는 비슷한 말이에요. 국가마다 직함을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는 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