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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치마 입은 남자들의 거리행진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옷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남자에겐 바지, 여자에겐 치마가 아닐까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치마를 입지 않는데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런 통념이 깨졌습니다. 치마를 입은 남자들이 무더기로 거리에 쏟아져나온 것입니다.





곱게 치마를 받쳐입은 남자들. 이 정도면 남자 치마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길거리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자 치마부대가 뜬 건 다름 아닌 시위 때문이었습니다. 치마를 입은 남자들은 여성을 보호하자면서 가두시위행진을 벌였습니다.

치마를 입은 남자들은 10블록, 약 1km 정도 시위행진을 벌이면서 "제발 약자인 여자들을 죽이지 말자"고 호소했네요.

"여자를 죽이지 말자?" 너무 끔찍하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몇 년 사이 아르헨티나에선 여자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늘어났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비정부기구 '만남의 집'이 이에 대해 비공식 통계를 냈는데요. 2014년에만 여자 277명이 피살됐습니다. 이로 인해 졸지에 엄마를 잃은 아이만도 330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올해도 벌써 비슷한 수의 여자들이 희생을 당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여자들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낼 때가 된 겁니다.

뜻이 있는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시위를 벌인 건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시위에선 여자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울 가이탄은 "여자를 살해하는 건 범죄 중에서도 가장 비겁한 범죄"라면서 사회에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현직 감독인 로만 마실리는 "가부장적 사회는 불행하다. 여자가 불행한 사회에선 남자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평등한 행복론을 들어 여자를 보호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시위를 벌이면서 치마를 입은 이유는 뭐냐구요?

시위에 참여한 남자들은 바지와 치마가 남성우월주의 내지는 마초주의의 상징이라면서 과감히 치마를 입었습니다.

남자는 바지를,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건 사실 보이지 않는 고정 관념인데요.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보지 않는 잘못된 가치관이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치마를 입고 시위를 벌인 남자들의 주장입니다.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치마를 입은 남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의 스페인어는 단어공부에요.  스페인어로 치마는 falda라고 합니다.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쓰는 중남미에선 pollera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하니까 기억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