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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금광개발 횡포 막은 페루의 여자농부, 환경노벨상 수상

악질 기업의 횡포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갑질에 맞선 여자농부가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습니다. 골드만 환경상이라면 환경노벨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연약한 여자농부는 갑질을 서슴지않은 기업에 맞서 생존권과 환경을 지킨 공로를 인정 받아 루이스 호르헤 리베라 에레라(푸에르토리코) 등과 함께 최근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총 6명이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는데 중남미 출신이 2명이나 되네요.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막시마 아쿠냐(47)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감자농사를 지으면서 소와 염소도 키우면서 평범하게 살던 아쿠냐가 팔자에 없는(?)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된 건 2011년입니다.

콩가 프로젝트라는 금광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 뉴몬트가 땅을 빼라고 한 데서 사건은 발단됐습니다. 방도 아니고 땅을 빼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뉴몬트는 페루의 토종기업 부에나벤투라와 손을 잡고 금광을 개발하기로 했는데요. 마치 금광 주변의 땅을 몽땅 소유한 소유주처럼 인근에 있는 아쿠냐에게 농사를 접고 떠나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내 땅에서 왜 내가 나가야돼?" 아쿠냐는 당연히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의 콩가 프로젝트라는 걸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는데요. 금을 채굴하겠다는 이 프로젝트에는 심각한 환경문제가 많았습니다. 

회사가 금광을 개발하겠다고 한 곳엔 대형 호수가 4개나 있는데요. 회사는 호수를 옮겨버리고 금광을 개발하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 중 1개의 호수는 아예 물을 퍼내고 쓰레기 매립지로 만들겠다고 했다는군요.

사라질 운명에 처한 호수는 아술 호수라는 곳인데요. ​카하마르카의 5개 분지와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유명한 카하마르카 습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생명의 젖줄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만 있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자농부는 "사법부는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려주겠지..."라면서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2011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말입니까? ​지방법원은 여자농부에게 "합법적으로 땅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리면서징역 3년과 벌금 2000달러(약 22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악덕 기업의 로비가 없었다면 절대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징역 3년도 어이없지만 200만원이라는 돈도 선진국 국민에겐 그리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페루의 가난한 농부에겐 평생 만져보기 힘든 거액입니다.

아쿠냐는 혼자서 싸워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한 환경단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단체는 선뜻 아쿠냐를 돕겠다고 나섰구요. 덕분에 아쿠냐는 페루 중앙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요.

중앙법원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렸습니다. 중앙법원은 2014년 12월 "아쿠냐가 금광 개발을 위해 비켜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여자농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벌금형과 징역에도 무효 결정을 내렸구요.

나아가 중앙법원은 ​금광개발프로젝트에 진행중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심각한 환경훼손을 전제로 한 금광개발은 환경보호법에 위반한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꺄호~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아낸 아쿠냐. 하지만 그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업이 아직도 금광개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쿠냐를 못살게 굴고 있다고 하네요.

아쿠냐의 땅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빗거리만 생겼다 하면 바로 싸움을 벌일 기세라고 해요.

​이런 처지에서 아쿠냐는 환경노벨상이라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은 겁니다.

이 정도면 국제여론이 아쿠냐의 편에 선 셈인데... 악질 기업들아, 그쯤 했으면 이제 그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의 스페인어 한마디로 마칩니다.

스페인어로 상은 premio라고 합니다. 골드만 상을 스페인어로 표현하자면 premio Goldman이 됩니다.

상을 받는다고 할 때는 다양한 동사를 사용할 수 있겠는데요. 이번엔 쟁취하다라는 의미의 obtener를 사용해서 스페인어로 표현해 볼까요? Máxima Acuña obtiene el Premio Goldman라고 하면 무난한 표현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