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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완전황당사건사고

"눈 처음 봐요" 베네수엘라 스키선수

설상 스포츠 국가대표가 눈을 처음 본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닙니다.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에서 스키를 탔습니다. 그것도 국제대회에 나가서 말입니다. 걸음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기가 올림픽 100m에 출전한 셈인데요.

​그야말로 좌충우돌, 뒤뚱뒤뚱, 엎치락뒤치락 한 편의 코미디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선수 "국제대회에 출전한 게 자랑스럽다"고 했는데요. 패기는 정말 흐믓합니다.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 아드리아노 솔라노가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이 선수예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아드리아노. 그래도 금방 일어섰습니다^^>

​솔라노는 올해 22살 청년입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스키선수로 선발돼 최근 핀란드에서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 노르딕 월드스키챔피언십에 출전했습니다.

당당히 베네수엘라 국기를 달고 말이죠.

국제대회에 나가는 만큼 눈물겹게 필사적인 훈련이 필요했겠죠? ​솔라노도 훈련에 열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에겐 치명적인 환경적 약점이 있었어요. 눈에서 스키를 탈 수 없었다는 겁니다.

​베네수엘라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 혹시 모르는 분 계셨나요?^^

<어이쿠! 또 미끄러졌어요​>

​눈에서 스키를 타본 적이 없는 선수가 세계대회에 나갔으니 성적이 어땠겠어요.

​총 10km를 질주해야 하는 크로스컨트리에선 3.5km를 내려오고 경기를 포기했는데요. 3.5km를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37분39초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이 시간에 코스를 완주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스프린트에선 완주에 성공했는데요. 순위는 156위였습니다. 그런데 스프린트에 출전한 선수가 156명이었다는... 그러니까 완벽한 꼴찌였던 거죠 ㅠㅠ

​<처음 눈을 밟다 보니 일어서기도 쉽지 않네요.>

도대체 훈련을 하긴 한 거 맞냐구요? 베네수엘라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데 어떻게 훈련을 했냐구요?

바퀴가 달린 스키를 타고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뭐 비슷하게 기분을 낼 수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요.

​솔라노가 한바탕 코미디를 연출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스포츠세계는 차갑고 냉정했습니다.. 그런 그에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것입니다. 해설자는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혹평했구요.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역사상 최악의 스키선수"라고 평가했네요.

 

<​거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버렸습니다. 눈이 원래 미끄러워요... >

초라한 성적을 낸 솔라노는 25일 베네수엘라로 귀국했는데요. 전혀 좌절하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귀국인터뷰에서 솔라노는 "​비록 조롱거리가 됐지만 위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는데요. 국제대회에 출전한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솔라노는 매우 긍정적인 청년인가 봐요.  

 

연습 후 세계대회에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나는 거꾸로 시작했다고 생각하겠다는 말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면서 스키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스키대회 성적은 최악이었을지 모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만큼은 1등인 것 같네요.

 

솔라노의 활약(?)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