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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세상/▶ 관심집중 화제

브라질이 치욕을 치유하는 법

남미 축구의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삼바 축구(브라질)와 탱고 축구(아르헨티나)겠죠.

특히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대국입니다. ​하지만 그런 브라질에게도 뼈아픈 치욕이 있습니다. 2014년 월드컵 4강전에서 거둔 역사적 패배입니다.

당시 브라질은 독일에 1-7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스코어를 보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국치라는 말까지 나온 패배였는데요.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이라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 경기장에 설치돼 있던 골대가 ​기념품으로 제작됩니다.

​<당시의 경기장면입니다. 독일의 슛이 또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브라질이 역사에 길이 남을 1-7 패배를 기록한 건 2014년 7월8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였습니다.

​경기는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주도 벨루오리존치에 있는 미네이랑 축구장에서 열렸는데요. 미네이랑 축구장 운영사는 최근 골대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7월 4강전 때 경기장에 설치돼 있던 바로 그 골대를 말입니다.

<골을 먹은 브라질의 골키퍼가 바닥에 주저 앉았네요.>

축구장 운영사는 당시 설치됐던 골대를 분해해 기념품을 만들기로 했는데요. 기념품은 브라질이 아닌 독일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독일팬들에겐 역사에 길이 남을 흐믓한(?) 기록일 테니까요.

사업은 미네이랑 축구장 운영사가 벨루오리존치 주재 독일 영사관, ​독일의 비정부기구(NGO) DAHW와 협력해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기념품으로 제작되는 부분은 골네트, 즉 골망입니다.

​골네트를 모두 8000개 조각으로 잘라 팔기로 했다는군요. 가격은 개당 71유로(약 8만8700원)으로 책정했다고 하니까 결코 싼 건 아닙니다.

​<골을 넣고 자축하는 독일 선수들, 어깨가 축 늘어진 브라질 선수들... 정말 대조적입니다.>

​미네이랑 축구장 운영사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축구장 대변인 루드밀라 히메네스는 "(1-7로 대패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유익한 사회사업에 기여할 수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축구장 운영사는 기념품​ 판매수익금을 전액 브라질로 가져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돈으로 빈민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단체를 후원하기로 했다네요. 소외계층을 껴안기 위해 사업을 구상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선수가 통곡하듯 엎드려 있고 독일 선수는 내려다 보고 있네요. 이럴 만도 했죠.>

​미네이랑 축구장 운영사는 "아픈 상처로 남긴 사건이지만 이걸 긍정적인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시도"라고 말했는데요. 이런 시도를 한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골대를 남겨두면 뭐하겠어요.​ 매일 보면서 이를 갈기라도 하겠습니다... ㅠㅠ

​하지만 역사는 역사죠. 치욕은 치욕이구요.

분해되는 골대 중 골포스트는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한 축구박물관에 기증돼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사실 만으로도 브라질 대표팀은 충분한 자극을 받을 것 같네요.

이제 개막할 러시아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이 골망이 조각으로 잘려 기념품이 되는 것입니다.>